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밤의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by passion_estar 2024. 9. 16.

#북리뷰_미드나잇라이브러리

팔공산 드라이브 중 절반을 읽어 버렸다


영국의 한 소도시 악기사 점원으로 일하는 노라 시드는 오늘 죽기로 결심한다. 그녀에게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이다. 어린 시절 올림픽 국가대표가 될 만한 재능을 보였던 수영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들해졌고, 오빠와 잠깐 몸 담았던 밴드 생활도 계약을 코앞에 두고 공황장애를 핑계로 그만 두면서 남매 관계가 소원해졌다.

철학과를 졸업했지만 하루 벌어 먹고 사는 비루한 삶을 사는 낙오자로 전락한 그녀의 인생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남자 친구와의 결혼은 이틀 앞두고 취소했다. 한때 가장 친한 친구와 호주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지만 겁이 나서 그러지 못했고 그후 연락이 끊겼다.

직장 상사는 악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그녀를 해고했다. 피아노 레슨 한번 깜빡한 것에 분개한 학생의 어머니는 레슨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그나마 애정을 가지고 돌보던 반려묘조차 차에 치어 죽어 버렸다. 더 나아질 것 없는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희망의 끈마저 놓쳐 버린 노라는 입 안에 약을 털어 넣고 와인을 마신다. 밤 11시 22분, 노라는 꺼져 가는 정신을 붙들고 유서를 쓴다.

그 때 그녀의 눈앞에 화려한 건물이 나타났고 손목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책으로 채워진 끝없이 이어진 서가가 나타났다. 어리둥절한 그녀에게 학창 시절 학교 도서관의 사서였던 엘름 부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19년이나 지났음에도 예전과 똑같은 모습의 그녀는 노라가 지금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도서관에 있으며 그곳의 책에는 그녀가 선택했을 수도 있는 삶의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지금이라도 그녀가 원하는 삶을 담은 책을 펴기만 하면 그녀가 원하는 만큼 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거였다.

삶의 의지가 없던 노라는 자신이 후회하던 일들을 되돌려 보기로 한다. 아버지의 기대대로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되어 보기도 하고, 남자 친구와 결혼하여 시골에서 바를 운영하기도 한다. 전 세계를 투어하는 밴드의 보컬이 되어 보기도 하고, 남극 빙하 연구학자가 되어 북극곰에게 죽을 뻔하기도 한다. 어떤 삶도 그녀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여전히 시큰둥한 노라는 이제 죽고 싶지 않다는 걸 느낀다. 자신이 들여다 본 수많은 삶이 실은 자신이 원했던 삶이 아니라 누군가의 바람대로 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이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아보기로 한다. 과연 그녀는 그런 삶을 찾아서 선택할 수 있을까?

작가인 매트 헤이그는 양자 물리학의 다세계 해석을 토대로 갈라진 평행 우주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신비로운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학적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은 수많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그때 다르게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단 한 번의 생 밖에 살 수 없는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깊게 갈등하고 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보니 가족의 바람이나 사회적 시선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기도 한다. 온전히 나만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괜히 남 탓이나 사회 탓을 하기도 한다.

노라 시드의 성은 시드(Seed)가 아닐까?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펼져지게 될 그녀의 시작은 작은 씨앗처럼 미미하지만 누구보다 원대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응원해 본다.

p383. 늘 하던 대로 책을 펼치고 첫 장을 찾으려 했다. 책 전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백지였다. 다른 책처럼 이것 역시 그녀의 미래였다. 하지만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의 미래는 아직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삶이다. 그녀의 본래 삶. 그리고 백지였다.

p385.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인생의 씨앗이자 시작인 질실. 예전에는 저주였으나 이제는 축복이 된 진실. 다중 우주의 잠재력과 힘을 간직한 간단한 문장이었다. 나는 살아 있다.

가끔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분,
지금 너무 힘들어 어디론가 도망쳐 버리고 싶은 분,
어제 나의 실수 때문에 이불킥하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분
유쾌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도 술술 잘 읽히는 책 한 권 연휴동안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지금의 삶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지실 거예요.

#미드나잇라이브러리 #매트헤이그 #한밤의도서관 #평행우주론 #양자물리학 #삶의선택 #후회도선택이다 #인생은즐거워 #나는살아있다 #추석연휴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