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_돈공부는처음이라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이 전부인 나에게 금융 소득은 은행 예금과 적금 끝에 주어지는 병아리 눈물만큼이었다. 빚 갚느라 경제 공부는 관심도 없었다. 돈 9천 원이 있으면 어떻게든 천 원을 더 모아 만 원을 만들어 은행에 저축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던 나는 학원 운영으로 여윳돈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풍차를 돌리기 시작했다. 첫 달 10만 원, 다음 달은 10만 원 + 10만 원, 다음 달은 10만 원짜리 세 개 적금으로 하나씩 추가하며 1년 동안 풍차 12개를 만들었다.
13개월 차부터 만기가 된 120만원은 다시 적금을 부었다. 그리고 풍차 10만원은 또 시작되었다. 만기가 되어 저절로 돌아오는 120만원이 차곡차곡 모여 목돈이 되어 가는 모습이 얼마나 어여쁜지 나는 매일 아침 통장을 들여다 보며 부자가 된 나를 상상하곤 했다.
2020년 3월 19일 코스피 지수가 곤두박질 친 후 ETF와 삼성 전자 주식 열풍이 불었다. 적금만 들게 아니라 삼전 주식도 다달이 모아서 주식 부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모아가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보니 적금 말고 주식을 모아 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 자금 500만 원과 매주 야금야금 적금을 털어 6만 원 근처에서 산 주식이 8만 원까지 치솟았다.
가끔 주식 평가금을 보긴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삼전이 86,000원에 다다랐던 날 나는 팔아서 260만 원의 차액을 보았고 눈이 뒤집혔다. 8만 전자인 삼성전자가 곧 10만 전자가 될 거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방송을 보고 욕심이 났던 나는 곧바로 매도가로 천만 원 가량 주문을 넣었다. 이후 주춤거리던 삼전은 땅 깊은 줄 모르고 급락의 길을 걸었다. 너무 속이 상했던 나는 증권사 앱을 삭제해 버리고 몇 년 동안 주식 계좌는 들여다 보지도 않았다.
올해 7월 중순이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나는 그제야 앱을 다시 다운받아 계좌를 조회했다. 세상에! 3년 반을 기다렸는데 이제야 원금 근처에 와 있었다. 30만 원 가량 수익이 났을 때 남편이 이제 그만 파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래, 그때 팔았어야 했다. 나는 무슨 똥고집인지 3년 반이나 기다렸는데 10만 전자까지 못 기다리겠냐며 호기롭게 증권사앱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미국 대선의 향방이 트럼프에게 더 유리하다는 기사와 함께 삼전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기업이 가진 가능성을 시장이 무너뜨린 것이다. 적어도 9만 원은 갈 거라고 슬그머니 기대했던 나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내 고집에 내가 넘어간 거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두 달의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삼전은 계속 곤두박질만 칠 뿐 시원하게 오르는 흐름은 전혀 보여주지 못 하더니 다시 6만 전자에서 빌빌거리고 있다.
북클럽에서 김종봉 작가의 ’돈은 너로부터‘를 재미있게 읽은 후 관심이 생겨 유튜브를 찾아 보았다. 주식 전업 투자가로 이름을 날리는 분이었다. “디게(대단히)”라는 사투리가 입에 착착 감기는 재미있는 말투로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고수하며 강의하는 모습에 흥미가 생겼다. 무엇보다 차트나 종목을 우선시하기 보다 투자 마인드를 일깨워 주는 모습이 좋았다.
-주가를 이기는 종목을 공부해라.
-돈은 교환의 대상이 아니라 기회의 대상이다.
-수렵 채집인의 본능을 넘어서 농삿꾼의 마음으로 투자하라.
-97퍼센트의 사람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하는 3퍼센트의 사람이 되어라.
-나만의 투자 시나리오를 만들어라.
뉴스에 사서 뉴스에 팔며 부화뇌동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까운 행동을 해 왔다. 요행을 바라며 주식을 사고 파는 사람들은 모두 큰 손해를 봤다는 말에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종목을 공부하지 않으면 내 피같은 돈을 절대 지킬 수 없다.
삼성전자는 좋은 주식이며 현재 저평가되어 있으니 더 이상 매수하며 물타지 않고 이왕 시간을 투자했으니 목표가를 정하고 그 가격에서 매도해야겠다. 인생도 주식도 내가 주인이다. 내 주관대로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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